중국 해군의 우두머리인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원(海軍司令員)이
최근 조너선 그리너트 미 해군 참모총장에게 새로운 군사 교류 요청을 했다.
중국의 새 항공모함에 배정된 장교들이 미 항공모함의 정비·운용 절차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견학 기회를 제공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은 수락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군사 교류를 통해 무력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상호 간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반드시 미국 국가 안보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중국이 요청한 것은 군사 교류라기보다는 미군의 지식, 더 나아가 군사기술 이전에 가깝다.
중국 장교들이 미국 항공모함에 오르게 된다면 중국이 얻어갈 이익이 미국보다 훨씬 크다.
지금 아시아 지역은 이웃 나라들에 대한 중국의 호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는 지원은 제공해선 안 된다.
2012년 9월 25일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의 취역식이 거행됐다.
이후 중국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함(離艦)과 착함(着艦), 안전훈련을 비롯해 다양한 작전 수행 훈련을 받았다.
중국 항공모함의 훈련 동영상을 보면 중국이 미국의 훈련 지침을 활용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니미츠 항공모함 강습단의 지휘관이었던 피터 데일리 미 예비역 해군 중장이 지적했듯이 중국은 미군 방식을 상세히 모방해 실행하고 있다.
경(硬)착륙 때 생기는 갑판 위의 파편이 항공기에 입히는 손상을 최소화하는 안전 기술부터 이함을 제어하는 시각 신호까지 말이다.
우성리 사령원이 요청한 군사 교류의 결과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미국 전함을 방문했을 때 통상적인 브리핑을 통해 듣게 되는 내용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우 사령원은 전술이나 유지보수 방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세히’ 알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중국은 비행과 비행 사이에 항공기, 착함 제동장치(arresting gear), 사출기의 정확히 어떤 부품을 얼마나 자주 정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한다.
미 항공모함 운용 시스템의 자동화 혹은 다중화(redundancy) 수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허락하기만 해도 중국의 학습곡선은 크게 단축될 것이다.
궁극적인 결과는 중국 군사력의 강화다.
중국이 추진하는 군사 프로젝트 중에는 최대 1000마일 넘게 떨어진 항공모함을 침몰·무력화하기 위한 지대지 미사일 둥펑(東風) 개발이 있다.
이 프로젝트 때문이라도 우 사령원의 요청을 수락하는 것은 곤란하다.
항공모함 공격용 탄도 미사일을 개발 중인 국가에 미국 항공모함을 연구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항공모함이 생기면 지상 기지만 가졌을 때보다 항공력·군사력의 행동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
중국이 이웃 나라들을 향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돕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과 필리핀을 계속 도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도서에 석유시추 장비를 임시로 설치했다.
이웃 나라들이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1980년대 후반 윌리엄 크로 미 합참의장이 세르게이 아흐로메예프 소련군 참모총장을
미 항공모함에 승선시켜 내부를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 소련 예산으로는 미국의 군사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레이건 대통령의 메시지를 다시금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측의 미·중 군사교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수락해야 한다는 쪽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떠오르는 초강대국과 관계가 개선된다는 장점은 매력적일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미국이 힘들게 얻은 항공모함 노하우를 중국과 공유해야 할 이유로는 불충분하다.
서태평양 7함대를 지휘했던 윌리엄 크로더 예비역 중장은 중국의 요청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기술적 지식은 중요하다.
그런데 미 해군의 전술 항공력을 구성하는 핵심은 100년간 피와 땀으로 축적한 경험이다.
특히 갑판 위나 비행 중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로 얻은 노하우다.”
그토록 힘들게 얻은 경험을 경솔히 내줄 수는 없는 법이다.
[중앙일보. 스티브 코언 뉴욕주 변호사 전(前) 미 해군연구소 소장] 201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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